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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66 호 42.5℃, 2026년 한반도의 여름은 왜 뜨거웠나

  • 작성일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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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탁

42.5℃, 2026년 한반도의 여름은 왜 뜨거웠나 


  지난 8월 2일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2.5℃까지 치솟았다. 1904년 우리나라에서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42℃를 넘어선 기록이다. 그저 유난히 더운 여름’이라고 보기에는 이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여름은 왜 이처럼 극심한 폭염이 발생했을까. 


관측 기록 다시 쓴 2026년의 여름


  올해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졌다. 8월 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 40℃에 육박하는 고온이 나타났고, 지난 8월 7일 서울 노원구 자동기상관측장비에서는 40.2℃가 관측됐다. 서울 지역 관측지점에서 40℃를 넘어선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폭염이 극단적인 수준으로 강해지면서 대응 기준도 달라졌다. 기상청은 올해 6월부터 기존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보다 높은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도입했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지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등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가능해진다. 밤더위로 인한 건강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열대야주의보’도 새롭게 도입됐다. 


  눈여겨볼 점은 올해 서울의 첫 열대야 자체는 지난해보다 늦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서울의 첫 열대야는 7월 11일로 지난해보다 12일 늦었다. 그러나 한 번 밤더위가 시작된 이후에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야간 기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짧은 기간에 열대야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전국 평균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폭염은 특정 시기에 강한 고온이 집중되고, 낮의 더위가 밤까지 이어졌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40℃를 넘는 극한 기온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두 고기압이 겹치며 시작된 극한 고온


  2026년 여름은 왜 이처럼 뜨거웠을까. 올해 폭염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여름철 한반도의 날씨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기압계다. 고기압의 영향권에서는 공기가 상층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하강기류가 형성된다. 하강한 공기는 압축되면서 온도가 올라가고 구름 생성은 억제된다. 맑은 날씨가 지속되면 강한 햇볕이 지표까지 도달해 기온을 추가로 끌어올린다. 올해는 중·하층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길었다. 서로 다른 고도의 고기압이 겹치면서 뜨거운 공기가 한반도 주변에 정체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


  7월 중순 첫 번째 강한 고온 역시 이러한 구조에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9호 태풍 ‘바비’가 중국 상하이 부근으로 북상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북쪽으로 확장했다. 이 시기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도 우리나라 상공까지 세력을 넓혔다. 7월 10일부터 17일까지 맑은 날씨와 강한 일사가 이어지면서 전국의 기온이 크게 상승했다. 11~14일에는 전국 관측 지점의 절반 이상에서 평년 동일 기간의 상위 10%를 넘어서는 이상고온이 나타났다.


  18~20일 비가 내리면서 더위는 잠시 완화되었으나 오래 가진 못했다. 7월 하순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남동쪽에서 다시 확장하면서 경상 지역의 기온이 급격히 상승했다.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됐고 맑은 날씨로 강한 햇볕이 이어졌다.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도 다시 한반도 남쪽까지 확장했다. 


이어지는 밤더위


  기상청은 지난 5월 여름철 전망에서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시 북태평양과 북인도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가 한반도 동쪽의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하고 남쪽의 따뜻한 공기 유입을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실제로 7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4.3℃였으며 하순 들어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최근 보도된 관측자료에서도 8월 초 한반도 주변 북서태평양의 표층 수온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으로 인한 평균 수온 상승 (사진: https://v.daum.net/v/20260812185809050)

  바다는 육지보다 열을 저장하는 능력이 크며 천천히 식는다. 여름 동안 많은 열을 흡수한 바다는 늦여름까지 따뜻한 상태를 유지한다. 바다 위에서 형성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들어오면 낮 기온뿐 아니라 밤 기온도 떨어지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수십 년의 장기 관측에서도 나타난다. 기상청은 해수면 온도 상승이 최근 열대야 종료 시점을 늦추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분석했다. 따뜻한 바다가 해안지역에 지속적으로 온기와 수증기를 공급해 밤사이 복사냉각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일상을 멈춰 세운 극한 폭염


  기록적인 폭염의 여파는 컸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8월 13일까지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3,408명,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3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8월 3일부터 7일까지는 하루 200명 안팎의 환자가 발생하며 피해가 집중됐다.


  KBO는 폭염으로 경기가 잇달아 영향을 받자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폭염 대응 기준을 조정했다. 8월 들어 창원과 사직 등에서 폭염으로 경기가 취소되거나 시작 시간이 늦춰졌으며, 퓨처스리그 경기 시간도 변경됐다. 운전면허 기능 시험 역시 폭염 시간대에 일시 중단되거나 축소 운영됐다. 야외에서 시험을 진행하는 응시자와 관계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폭염이 일상적인 행정서비스의 운영 시간까지 조정하게 된 것이다.


▲폭염으로 인한 운전면허 기능 시험 일시 중단 및 축소 (사진: https://www.koroad.or.kr/main/board/9/307084/board_view.do?&cp=1822&listType=list&bdOpenYn=Y&bdNoticeYn=N)


  노동현장의 대응은 더욱 강화됐다. 고용노동부는 ‘폭염 안전 5대 기본수칙’으로 시원한 물, 냉방 장치, 휴식, 보냉 장구 지급, 응급상황 발생 시 119 신고를 제시했다. 건설과 물류·택배, 조선업 등 폭염 취약 업종에 대한 점검도 진행됐다. 특히 건설현장은 온열 질환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돼 작업 중지와 휴식시간 준수, 이동식 에어컨과 그늘막 설치 여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 됐다.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올해 정부 대응에서 가장 큰 변화는 극단적인 더위를 하나의 재난 단계로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폭염 취약대상을 신체적·경제적·사회적 요인에 따라 10개 유형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취약 어르신에게 생활지원사가 하루 한 차례 이상 안부를 확인하고,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에너지바우처와 냉방 기기 지원을 제공한다. 무더위 쉼터도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방식에서 금융기관과 철도시설, 유통시설 등 민간 공간까지 확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별 시설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종로구는 올해 무더위 쉼터 114곳을 운영하고 저소득·주거취약 고령가구를 위한 ‘무더위 안전숙소’를 마련했다. 횡단보도 주변 그늘막과 쿨링 포그 등 폭염 저감시설도 확대했다.


여름의 빠른 시작과 늦은 끝


  8월 중순 들어 비가 내리면서 40℃를 넘나들던 극단적인 고온은 다소 약해졌다. 그러나 9월이 되면 폭염이 완전히 끝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기상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1개월 전망에서는 향후 일부 기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60%로 제시했다. 한반도 주변의 높은 해수면 온도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이 이어질 경우 비가 그친 뒤 체감온도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지역별 평균기온 확률 전망 (사진:https://www.weather.go.kr/w/climate/prediction.do)


  그 배경에는 지속적인 기온 상승이 있다. 개별 폭염의 원인을 기후변화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같은 기압계가 형성됐을 때 과거보다 높은 기온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 WMO도 최근의 극심한 폭염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더 오래 지속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폭염은 더 빨리 찾아오고, 밤더위는 더 늦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세워진 42.5℃라는 기록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예외적인 기록’으로 남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2026년의 여름은 달라지고 있는 한반도의 기후에 경각심을 주는 경종을 울렸다. 



이은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