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6 호 20대의 책장에 백 년이 꽂혔다
▲ 2025 국민독서실태조사 (사진: https://www.kyungjeilbo.com/view/20260320082125671)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1994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다. 다시 말해, 성인 열 명 중 여섯 명이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뜻이다. 연간 독서량은 2.4권, 평일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18.2분이다. 직전 조사보다 각각 1.5권,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줄었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독서율이 오른 연령대가 딱 하나 있다. 바로 20대이다. 만 19세에서 29세 사이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2023년보다 0.8%포인트 올랐다. 60세 이상의 독서율이 14.4%인 것과 비교하면 다섯 배가 넘는다. 전체가 내려가는데 한 세대만 올라간다. 그런데 그 20대가 읽는 책의 목록을 보면 더 이상해진다.
교보문고가 6월 발표한 「2026년 상반기 도서 판매 동향」에서 외국 소설 베스트셀러 30위 안에 든 세계문학전집은 12종이었다. 2024년 상반기에는 6종, 지난해에는 9종이었으니 2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는『싯다르타』가 6위,『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11위,『데미안』이 15위,『이방인』이 18위,『인간 실격』이 21위에 올랐다.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가장 새로운 것을 가장 빨리 소비한다고 알려진 세대가, 왜 가장 오래된 책을 사는가.
이 기사는 '고전'을 발표 후 60년 이상 지난 작품으로 규정한다. 두 세대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기준을 적용하면 1966년 이전에 나온 책이 고전이 된다. 위에 열거한 작품들은 모두 이 기준을 여유 있게 통과한다.
고전 문학을 찾는 이유는?
▲ 소설『무진기행』의 일부 문장 (사진: 박찬웅 기자)
고전 문학을 즐겨 읽는다는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본인의 인생 책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책을 읽게 된 계기와 독서 경험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20대가 고전 문학을 읽는 이유를 추측해보았다.
“고전에는 감동이 있다”
국어교육과 2학년 모성주 학우(22)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았다. 학과 수업과는 무관한 책이었다.
“요즘엔 서양 고전밖에 안 읽어요. 책을 한동안 읽지 않다가 다시 읽으려 했는데, 고전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왜 신간이 아니라 이 책이었느냐고 묻자 그는 잠깐 생각하다 이렇게 답했다.
"고전에는 감동이 있어요. 교훈은 물론이거니와, 신간으로 출판되는 책만큼이나 재미있어요."
“군대에서 보기 시작했는데, 큰 영향을 받았어요.”
공간환경학부 2학년 최승빈 학우(21)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있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제 인생에 고전을 주입했어요.”
그는 우연한 기회로 모 출판사의 고전 문학 시리즈를 접한 이후로 흥미가 생겼다고 했다.
“지금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있는데, 억울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변명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에 큰 영감을 받았어요.”
최승빈 학우가 덧붙인 말은 고전이 가진 기능 하나를 정확히 짚는다. 고전은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텍스트이다. 인류가 이전까지 축적한 가치관을 전승하고 계승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제공해요.”
국어교육과 2학년 허윤 학우(21)는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공감이 되었다고 했다.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도 덧붙였다.
“주인공이 혼란 속에서 성장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찾아나가는 것에 도움을 받았어요.”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할 기회가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허윤 학우는 고전이 자신의 가치관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단순 재미를 위한, 시간을 때우기 위한 독서가 아닌 스스로를 찾는 경험은 고전이 주는 또 하나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시대 상황을 엿볼 수 있어 좋아요”
국어교육과 1학년 황호준 학우(20)는 최근 선배에게서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빌려 읽었다고 했다.
“간단하고 강렬한 제목이 독서로 이끌었어요.”
최근에 나오는 긴 제목의 책과는 다르게, 짧은 제목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평소에 제가 살아보지 못한 과거 우리나라의 시대적 배경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이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황호준 학우의 이야기 역시 고전이 가진 특성 중 하나를 정확하게 짚는다. 고전은 단순 옛날 이야기가 아닌 당대의 사회적 배경 등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과 가치관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20대는 고전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학우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네 가지 답이 나온다.
첫째, 검증된 시간
가장 많이 나온 답이다. "실패할 확률이 낮아서", "이미 검증됐으니까", "안 좋으면 이렇게 오래 남지도 않았을 것" 같은 표현으로 반복됐다. 이것은 소비의 논리다. 신간은 도박이고 고전은 안전자산이다. 매년 수만 종의 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백 년을 버틴 책은 일종의 품질 보증서를 갖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논리에는 함정이 있다. 살아남았다는 것과 좋다는 것은 다르다. 어떤 책은 실제로 뛰어나서 남았고, 어떤 책은 교육과정에 수록되었기 때문에 남았다. 그리고 어떤 책은 남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작품의 질과 무관한 경우도 많다.
둘째, 알고리즘 밖의 선택
지금의 20대는 태어날 때부터 추천 알고리즘 안에서 자랐다. 무엇을 볼지, 무엇을 들을지가 대체로 시스템에 의해 제안된다. 그 안에서 '내가 고른 것'이라는 감각은 점점 희미해진다. 고전은 그 바깥에 있다. 정확히는, 바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이것도 완전한 사실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고전 열풍의 상당 부분은 유튜브 콘텐츠의 영향이었다. 교보문고는『싯다르타』의 판매 급증 배경으로 민음사 공식 유튜브 채널의 소개를 지목했다.『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영화 개봉 소식과 대형 유튜버들의 추천이 겹치며 역주행했다.
즉, 고전으로 향하는 길 자체가 알고리즘을 통과한다. 20대는 알고리즘에서 벗어나려고 고전을 선택하지만, 그 선택을 알려준 것도 알고리즘이다.
셋째, 공통의 언어
문화가 파편화될수록 함께 참조할 수 있는 텍스트는 줄어든다. 예전에는 전 국민이 같은 드라마를 보고 같은 노래를 들었지만, 지금은 옆자리 친구의 피드와 내 피드가 완전히 다르다.
고전은 그 파편화의 예외이다. 『데미안』을 읽었다는 말은, 상대가 안 읽었더라도 대화의 출발점이 된다. 제목만으로도 통하는 텍스트가 몇 남지 않았고, 고전은 그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것이 고전 열풍의 실질적 동력일 수 있다. SNS에 올리기 좋은 책은 남들이 아는 책이다. 아무도 모르는 좋은 책보다, 다들 아는 오래된 책이 더 많이 찍힌다.
넷째, 물성
이번 취재에서 가장 자주 관찰된 현상이다.
초판본 복원 시리즈의 인기가 이를 보여준다. 예스24 집계에서 초판본 『데미안』은 9위, 『어린왕자』는 10위에 올랐다. 내용은 기존 판본과 같지만 표지와 판형이 다르고, 값이 더 비싸다. 이는 읽기 위한 구매가 아니라 갖기 위한 구매에 가깝다.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더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20대의 소설 분야 오프라인 구매 비율은 2024년 28.5%, 2025년 30.1%, 올해 30.6%로 꾸준히 올랐다. 30대 이상은 모두 온라인 구매 비중이 높은데, 20대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정말 읽고 있는가?
▲ 텍스트힙 열풍에 힘입어 2026년 4월 10일부터 6월 14일까지 열린 ‘문장이 태어나는 순간: 한국 근현대문학인의 육필원고전’에서의 이상 시인 육필 원고 (사진: 박찬웅 기자)
이 기사가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이다.
앞서 인용한 통계들은 대부분 판매 데이터이다. 얼마나 팔렸는지는 알려주지만, 얼마나 읽혔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두 숫자는 갈라져 있다. 물론 20대의 독서율이 75.3%로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성인 전체의 독서량은 2.4권으로 줄었고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18.2분이다. 도서전은 매진되는데 독서율은 역대 최저이다.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이 상황을 요약한다. 책이 읽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입는 정체성이 됐다는 뜻이다. 물론 기자 본인은 이러한 상황을 비판하고 싶지 않다. 20대의 독서율이 실제로 올랐다. 유일하게 오른 연령대이다. 구매와 독서가 완전히 분리됐다면 이 수치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새로운 선택지, 고전
무한히 늘어나는 것 앞에서 우리는 선택할 수 없다. 매일 수백 개의 콘텐츠가 피드에 올라오고, 매년 수만 종의 책이 나온다. 선택지가 무한하면 선택은 불가능해지고, 우리는 대신 골라주는 시스템에 의존하게 된다. 고전은 유한하다. 목록이 정해져 있고, 그 목록은 천천히 늘어난다. 유한한 목록 앞에서만 사람은 스스로 고를 수 있다.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가장 빠르게 소비하는 20대에게 고전이 새로운 선택지가 되는 것은 그 책이 특별히 좋아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리가 직접 고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상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박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