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6 호 그래미 어워드 아시안 팝 부문, 존중인가 차별인가
▲ 그래미 어워드(사진: 그래미)
그래미 어워드는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음악 시상식으로, 1950년대 후반 상업적 성공에만 집중하던 음악 시장에서 순수한 음악 예술성과 기술적 성취를 위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발매된 음반만 심사하는 로컬 시상식이었지만, 현재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지닌 시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모두가 잘 아는 비욘세부터 테일러 스위프트, 빌리 아일리시까지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이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쥐며 무대를 빛내었다. 그런데 오늘날 K-pop을 포함한 아시아 음악이 주류 문화로 떠오르자 그래미는 올해부터 아시안 팝 부문을 새롭게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안 팝 부문,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 오른 BTS(사진: 빅히트 뮤직)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록한 BTS는 3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나 그동안 본상은 수상하지 못했다. 실제로 그간 그래미는 글로벌 대중성과 음악성을 증명하였더라도 비영어권, 유색인종 아티스트라면 본상에서 배제하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에 아시안 팝 부문 신설 및 그래미 체계 개편은 비영어권 아티스트 주요 본상 경쟁 차단, 구조적 유리천장을 세우는 것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다양성 포용이란 명분과 달리 영어권, 비영어권 분리라는 지적이다.
BTS 그래미 어워드 출품 보이콧
▲ BTS 인스타그램 보이콧 (사진: BTS RM 인스타그램)
결국 BTS는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며 2027 그래미 어워즈 출품을 전면 거부하는 보이콧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게시하였다.
이에 그래미 어워드를 주관사 CEO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BTS가 올해 그래미 어워드 출품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나 역시 창작자로서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 “아시안 팝 부문은 아시아에서 탄생하는 팝 예술의 깊이와 다양성, 그리고 놀라운 성장을 기념하기 위해 신설된 것이다. 이 새로운 부문의 취지는 아시아의 훌륭한 아티스트들에게 집중적인 조명을 비추는 데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이후 그래미 공식 홈페이지에서 BTS의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무대 영상이 삭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BTS 팬들과 외신에선 “비판에 대한 치졸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거센 역풍에 결국 백기… 아시안 팝 부문 전면 재검토
무대 영상 삭제 논란까지 겹치며 역풍이 불자, 그래미 측은 아시안 팝 부문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래미 어워드는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부 아티스트가 해당 부문이 자신들의 음악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또한 하이브 등 아시아 음악 산업 관계자들과의 협의를 거치며 아시안 팝 부문을 검토하기로 하였다.
이는 폐지라는 말이 아니다. 음악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해 부문의 명칭이나 심사 기준 등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음악을 평가하는 공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음악은 언어나 문화, 인종이라는 틀로 나눌 수 없는 예술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멜로디 하나로 감정을 나누고, 가사에 담긴 의미와 진심을 통해 국경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하며 즐길 수 있다.
따라서 그래미 어워드를 포함한 음악 시상식이 지향해야 할 점도 출신 국가나 배경이 아닌 음악 자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아티스트의 출신 등으로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오직 음악만을 두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이 생기길 바란다.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