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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41 호 36명의 작품으로 현대미술을 탐험하다.

  • 작성일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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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영

36명의 작품으로 현대미술을 탐험하다. 


  2024년이 저물어 가는 지금, 한 해를 의미 있게 마무리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 예술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연말을 맞아 다양한 전시회가 리고 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대 미술의 깊이를 탐험하고 색다른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인상적인 두 개의 전시회를 소개한다.


▲ <어반아트 : 거리에서 미술관으로> (사진: 정소영 기자)


  유럽 최대 규모의 어반아트 컬렉션을 자랑하는 독일 Museum of urban and Contemporary Art (MUCA)의 소장품으로 구성된<ICONS OF URBAN ART - 어반아트 : 거리에서 미술관으로>가 2025년 2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린다.  뱅크시, 카우스, 제이알, 세퍼드 페어리, 리처드 햄블턴 등 어반아트의 대표 작가 10명이 참여하는 해당 전시회는 MUCA의 영구 소장품 중 선별된 72점의 작품을 통해 어반아트라는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어반아트는 도시 공간에서 탄생한 시각 예술로, 그라피티와 스트리트 아트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한다. 거리에서 시작하여 21세기 현대 미술의 핵심 장르로 자리 잡은 어반아트 작품들은 도시의 풍경을 변화시키고, 정치적 ·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술적 경험은 때때로 깊은 자아 성찰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불러일으킨다.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은 도시 환경을 캠퍼스로 삼아 사회적 울분을 표현하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며, 그들만의 독창적인 미적 감각을 통해 스트리트 아트라는 현대의 혁신적인 미술 조류를 이끌어가고 있다, 


카우스(KAWS)

  카우스는 미국의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이다. 카우스라는 가명은 당시 뉴욕 거리를 가득 채운 광고 포스터의 대형 타이포그래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광고 이미지 위에 그라피티를 그리는 것은 공공장소를 되찾고자 하는 일종의 도발적인 시위이기도 하다. 카우스는 도시의 팝 컬처로부터 영감을 얻으며, 꾸준히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캔버스, 스프레이 페인트, 대형 조형물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4피트 컴패니언(해부, 갈색)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리처드 햄블턴(RICHARD HAMBLETON)

  리처드 햄블턴은 “스트리트 아트의 대부”로 불리는 예술가이다. 수많은 예술가가 모이던 전설적인 클럽 57의 단골 중 하나로, 키스 해링, 장미셀 바스키아와 어울렸다. 활동 초기부터 섬뜩한 요소가 느껴지는 작품을 제작했으며, 검은 페인트로 사람의 그림자를 역동적으로 그려내어 보는 이에게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들은 곧 “섀도우 맨”으로 일컬어졌으며, 이번 전시에서 섀도우 맨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프랭크 셰퍼드 페어리는 동시대 스트리트 아티스트와 그래픽 디자이너 중에서도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셰퍼드 페어리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결합하여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과 상업이 서로를 대놓고 인정하지 못할 뿐 실제로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셰퍼드 페어리는 작품이 공공장소에 전시되는 것을 선호하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평화의 여신, 신세계의 악취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인베이더(INVADER)

  인베이더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1970-80년대의 비디오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세계 각지의 벽과 거리에 픽셀아트 작품을 설치했다. 그는 ‘스페이드 인베이더’라는 비디오 게임 제목 그대로의 별명으로 불리기도 하며, 여러 도시에 모자이크 작품을 설치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흰색과 검은색 타일을 사용하여 QR코드로 읽을 수 있는 특별한 픽셀 아트를 만들기도 하는데 스캐너나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읽으면 “이것은 침공이다”라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루빅에게 체포된 시드 비셔스, 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제이알(JR)

▲도시의 주름, “미스터 마” ⓒ제이알 (사진: 정소영 기자)


  JR은 프랑스의 스트리트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이다. 그는 자신의 그라피티보다 사진이 보는 이에게 더 큰 감동과 강력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진과 글로 거리를 꾸미며 거리의 큐레이터로 거듭났다. 사진 프로젝트는 미술관이 없는 곳에 미술을 가져다 주었다. 그는 현재 동시대 아티스트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사진 작품 외에도 발레 작품 <레 부스케> 창작, 영화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연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도시의 주름, “미스터 마”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오스 제미오스(OS GEMEOS)

  포르투갈어로 “쌍둥이”라는 뜻의 오스 제미오스는 브라질에서 가장 잘 알려진 스트리트 아티스트 듀오이다. 그는 작품에서 항상 꿈이라는 주제를 등장시키는데, 초현실적인 구조물 사이에서 느닷없이 나타나는 누르스름한 색의 타원형 얼굴을 한 인물들을 찾아볼 수 있다.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는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제 기타(Untitled Guitar)를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빌스(VHILS)

  빌스라는 가명으로 잘 알려진 알렉산드르 파르투는 도시화와 개발, 세계적 동질화가 우리가 사는 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본다. 그는 “창조하기 위해 파괴한다.”는 자신의 신조 아래, 소외된 소재를 활용하여 강렬하고 시적인 시각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도시 환경이 풍화와 인간의 영향에 의해 자연적으로 파괴되고 퇴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타(Matta)를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스운(SWOON)

▲얼음 여왕ⓒ스운 (사진: 정소영 기자)


  스운으로 활동하는 칼레도니아 커리는 자신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다리, 비상구, 급수탑 등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에 작품을 걸기로 결정했고, 빠르게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그녀는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더 깊이 인식하도록 유도하며, 작품, 모델, 관객 간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인 <스위치백 바다의 헤엄치는 도시들>(2008)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며, 이번 전시에서는 얼음 여왕(Ice Gueen)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배리 맥기(BARRY MCGEE)

  맥기는 고향인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그라피티를 그리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작품을 일종의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공공장소에 작품을 내걸었다. 작품 소재에 캔버스, 종이, 페인트뿐만 아니라 나무와 금속 등 재활용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특징이 있으며, 컬러 블록과 패턴을 조합하는 독특한 방식은 상징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런 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뱅크시(Banksy)

  뱅크시는 베일에 가려진 영국 출신의 거리 예술가로, 스트리트 아트, 정치 활동, 영화,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히 활동하는 아티스트이다. 그는 그라피티를 활용해 자본주의, 정치,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비판하는 작품을 만들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영국에서 반출된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작품 이름은 ‘훼손된 전화박스’이다.

▲훼손된 전화박스ⓒ뱅크시 (사진: 정소영 기자)

마치 전화박스가 피를 흘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2005년 런던에 설치했던 작품으로, 이 작품을 영국 밖으로 반출하여 전시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ICONS OF URBAN ART - 어반아트 : 거리에서 미술관으로>에서 상명대학교 학생들만을 위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할인 프로모션 내용은 첫째, 상명대학교 학생 본인 외 동반 1인 포함 10% 할인이 적용된다. 둘째, 해당 프로모션은 현장 구매에서만 적용 가능하다. 셋째, 현장구매시, 상명대학교 학생증(실물 또는 모바일 학생증) 제시가 필수이다.


2024 아트스펙트럼, 드림 스크린

  드림 스크린 리움은 리움미술관에서 12월까지 2024 아트스펙트럼으로 개최되는 전시로, '귀신 들린 집’으로 알려진 ‘윈체스터 하우스'를 본뜬 전시이다. 참여 작가 26명(팀)은 국내 작가를 비롯하여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문화권 11개국 출신이다. 이들은 아시아의 지역적 특징과 문화를 기반으로 인터넷, 서브 컬쳐, 게임, 대중 문화 등을 접하며 성장한 세대에 속한다. 어둡고 밝은, 묘한 분위기의 방과 마당, 복도 등을 차례로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방향을 잃고 꿈 속을 헤매는 것 같은 이질감이 든다. 미궁 같은 전시장 구조는 젊은 세대의 상실감과 고립감을 반영한다. 전시 공간 속 방황하고, 작품 앞에서 사색하던 이들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르는 설명이다.어두운 마당을 가로질러 저택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복도에 설치된 프리실라 정의 ‘실내 여행’이라는 대형 조각 작품이 보이고, 온통 얼룩진 최윤의 방이 왼편에 보인다. 오른편에는 적막한 전시회장 가운데 여러 소리가 유유히 울리는 특색있는 방이 나온다. 여러 소리가 조화롭게 어울려 공간을 채우는 순간이 타 작품들에 비해 파격적으로 강렬하진 않지만, 인상적인 곳이다. 

▲ 저택 현관과 초입 (사진: 곽민진 기자)

이국적인 작품 세계 속으로

▲ 카몬락 숙차이와 소 유 누에의 작품들 (사진: 곽민진 기자)

  저택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캄캄한 복도가 이어지다가 태국 특유의 독창적인 색채의 조화가 눈을 사로잡는다. 해당 전시회의 대표작 중 하나인 카몬락 숙차이의 작품들이다. 이 중 '붉은 연꽃'은 한 여인의 순결이 깨지자,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희생시키고, 그녀는 붉은 연꽃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내용의 민간 설화를 토대로, 믿음의 힘과 사회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다. 작가는 자신을 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상상하고, 사진을 찍어 허구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다.

  중국, 인도, 대만 등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모여 구성된 전시회인 만큼 각 작가마다 특성을 살린 이국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소 유 누에(미얀마)가 어머니의 고향인 탕얀에서 양귀비 꽃밭을 본 이후, 루아와 와라족의 설화를 접하면서 영감을 얻은 조형물, 아시아 종교 문화 속 뱀신 혹은 여신 ‘나가’를 탐구하며 필멸의 인간이 신격화되는 가능성에서 영감을 얻은 조각, ‘뱀여인, 시가라키’ 등 여러 민간 설화와 특색 있는 지역적 색채들을 담은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또 다른 분위기의 복도와 방들이 이어진다.

▲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 (사진: 곽민진 기자)

  해당 전시회는 스크린 영상 전시를 비롯해 VR 체험, 암벽 등반, 스마트폰 속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하고자 한 시도가 돋보인다. 보 왕(대한민국)은 가발 무역을 중심으로 20세기 후반 아시아의 산업화 및 근대화 이면의 기억을 발굴, 재구성한다. 리 이판(영국)은 DIY 방식으로 만든 3D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기술적 도구 및 환경에 대한 의구심을 던지고, 헤 지케는 현실과 긴밀하게 얽힌 디지털 세계가 붕괴하는 순간을 허구적 서사로 표현하고 있다. 류한솔(한국)은 B급 공포 영화나 온라인의 자극적 콘텐츠의 문법을 빌려 파편화된 신체의 감각과 이로부터의 쾌감을 발견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감각마저 모호해지며, 전시 속 세계관에 몰입하게 된다.

▲ 현대 사회 속 사색이 담긴 작품들 (사진: 곽민진 기자)

  현재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과 그 제국주의적 배경에 도전하며 새로운 영토 그리기를 모색하는 아를렛 꾸잉 안 짠(프랑스)의 종합예술작품, 다이닝룸 세트장을 배달이자 촬영의 용도로 제시하며 여러 조형물들을 한 데 모아 현 시대를 살아가는 다수의 참여자로서 복잡한 사회적 연결망을 시사한 돈선필의 프록시 등 어느 순간 이 전시의 끝을 짐작하게 될 즈음, 밀레니얼 이후 방황하며 살아가는 현대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문제에 대한 사색이 스쳐 지나간다. 

   이번에 소개한 전시들은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특별한 예술 경험을 스스로에게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연말까지 이어지므로 언제든 여유롭게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정소영, 곽민진 기자, 오도연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