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학교 박물관 유물을 만나다 (60) 철제은입사도인문담배합(鐵製銀入絲道人文煙草盒)
- 작성자 학예사
- 작성일 2019-02-11
- 조회수 7370
본 소장품은 은입사기법을 이용한 원통형의 재떨이와 담배합이다. 광해군 때에 일본과 중국을 통하여 전해 내려온 것으로 추측되는 담배는 인조 때에 이르러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담배는 현재와 같이 가공된 담배가 아니라 담뱃잎을 잘게 썰어 담뱃대에 넣어 피웠기 때문에 썰어놓은 담배를 보관하는 담배합이 필요하였다.
은입사기법이란 금속 기물의 표면 장식법 중의 하나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 유물에서는 철에 금, 은실을 끼워 넣는 경우가 많았으며, 고려 시대에는 청동에 은실을 끼워 장식하기도 하였다. 조선 후기로 접어들자 기존의 입사기법과는 변모된 모양으로 바뀌면서, 바탕의 금속을 촘촘히 쪼아서 은실을 끼우는 ‘쪼음 입사 기법’의 새로운 방식의 철제 은입사기법이 유행하게 되었다.
조선 시대의 일반서민들이 사용하였던 각종 화장 그릇이나 촛대, 담배합 등에는 검붉은 색깔의 구리인 오동(烏銅)을 입사하여 색채효과를 살리거나 문양에 있어서는 부귀와 장수, 복을 비는 도교적 성격의 십장생(十長生), 신선, 수복(壽福)무늬 등이 즐겨 사용되었다. 이와는 달리 본 소장품에는 뚜껑과 몸체 둘레에 인물들이 묘사되어 있는데, 도인이 아이들 노는 모습을 유유히 응시하는 모습, 두 사람이 절을 하는 장면 등, 도인과 시동들이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는 장면을 표현하였다.
담배합의 바닥에는 은 입사기법으로 ‘대청건륭년제(大淸乾隆年製)’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지만, 중국에서 만든 제품이 아니라 연호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뚜껑의 둘레 부분과 몸체의 도인문 사이사이에 격자의 화문(化文)을 넣어 여백 없이 처리하는 등, 조선 시대 은입사기법 중 고급품에 해당하는 담배합이다.